위임입법의 허용요건과 한계 및 판례의 태도
위임입법의 허용요건과 한계 및 판례의 태도
1. 위임입법의 허용요건과 한계
위임입법이란 법률의 위임에 의하여 입법부 이외의 국가기관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말한다. 법치주의에 따르면 국민의 선거에 의한 국회만이 입법권을 갖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대사회의 복잡성에 수반하는 입법기술상 또는 법률제정 시기상의 문제 때문에 국회가 모든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국회는 법률로써 일반적ᆞ추상적인 기준을 정할 뿐이고, 구체적이고 상세한 규정은 행정기관
등의 다른 기관에 위임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2. 죄형법정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도2998 판결
사회현상의 복잡다기화와 국회의 전문적·기술적 능력의 한계 및 시간적
적응능력의 한계로 인하여 형사처벌에 관련된 모든 법규를 예외 없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규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제에
적합하지도 아니하기 때문에, 특히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수권법률(위임법률)이 구성요건의
점에서는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 이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점에서는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전제로 위임입법이
허용되며, 이러한 위임입법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식품위생법 제11조 제2항이
과대광고 등의 범위 및 기타 필요한 사항을 보건복지부령에 위임하고 있는 것은 과대광고 등으로 인한 형사처벌에 관련된 법규의 내용을 빠짐없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규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고, 또한 같은 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은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 예측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식품위생법 제11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6조 제1항의 규정이 위임입법의 한계나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3. 위임입법을 벗어난 경우
대법원 1999. 2. 11. 선고
98도2816 전원합의체 판결
일반적으로 법률의 시행령은 모법인 법률에 의하여 위임받은 사항이나, 법률이
규정한 범위 내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인 사항만을 규정할 수 있을 뿐,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규정한 개인의 권리·의무에 관한 내용을 변경ᆞ보충하거나
법률에서 규정하지 아니한 새로운 내용을 규정할 수 없는 것이고, 특히 법률의 시행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면서 법률의 명시적인 위임 범위를 벗어나 그 처벌의 대상을 확장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1항과 제13조 제1항에서
천명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인데, 총포ᆞ도검ᆞ화약류등단속법
제2조 제1항은 총포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총에 대하여는 일정
종류의 총을 총포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그 외의 장약총이나 공기총도 금속성 탄알이나 가스 등을 쏠 수 있는 성능이 있는 것은 총포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총은 비록 모든 부품을 다 갖추지는 않았더라도 적어도 금속성 탄알
등을 발사하는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고, 단순히 총의 부품에 불과하여 금속성 탄알 등을
발사할 성능을 가지지 못한 것까지 총포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같은법시행령 제3조
제1항은 같은 법 제2조 제1항의 위임에 따라 총포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면서도 제3호에서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총의 부품까지 총포에 속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같은 법 제12조 제1항 및 제70조
제1항과 결합하여 모법보다 형사처벌의 대상을 확장하고 있으므로, 이는
결국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 것으로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4. 위임입법을 벗어나지 않는 경우
대법원 2000. 10. 27. 선고 2000도4187 판결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제35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환각물질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하지 아니하고 다만 그 성질에 관하여 '흥분·환각 또는 마취의 작용을 일으키는 유해화학물질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물질'로
그 한계를 설정하여 놓고, 같은법시행령 제22조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게 한 취지는 과학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말미암아 흥분·환각 또는 마취의 작용을 일으키는
유해화학물질이 수시로 생겨나기 때문에 이에 신속하게 대처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위임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고, 한편 그러한 환각물질은 누구에게나 그 섭취 또는 흡입행위 자체가 금지됨이 마땅하므로, 일반적으로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가 금지된 것이 아니라 주취상태에서의 자동차 운전행위만이 금지되는 도로교통법상의
주취상태를 판정하는 혈중알코올농도와 같이 그 섭취 기준을 따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같은
법 제35조 제1항의 '섭취
또는 흡입'의 개념이 추상적이고 불명확하다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하다고 볼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