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해고시 절차요건 및 근로자대표의 자격
경영상 해고시 절차요건 및 근로자대표의 자격
1. 경영상
해고시 절차요건의 의의 및 취지
근로기준법 제24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이하 경영상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i)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ii) 사용자의 해고회피노력 iii)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등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경영상 해고의 실질적 요건이 모두 갖추어진 경우에도 사용자는
해고에 앞서 그 해고를 하고자 하는 날의 50일 전까지 근로자대표에게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및 해고의
기준 등을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는 절차적 요건도 갖추어야 한다.(24조3항)
판례에 따르면 이렇듯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규정한 취지는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의 충족을 담보함과 아울러 비록 불가피한 정리해고라 하더라도 협의과정을 통한 쌍방의 이해 속에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02.7.9. 선고 2001다29452 판결)
2. 근로자대표의
자격
(1) 원칙
근로기준법 제24조 제3항에
따르면 경영상 해고시 협의의 주체가 되는 근로자대표란,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를
의미한다.
(2) 형식상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경우 근로자대표의 자격
그런데, 판례에 따르면, 따라서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 정리해고에 관한 협의의 상대방이 형식적으로는 근로자 과반수의 대표로서의 자격을 명확히 갖추지 못하였더라도
실질적으로 근로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라고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위 절차적 요건도 충족하였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2012.5.24. 선고 2010두15964 판결)
참고 판례
해고무효확인
[대법원 2002. 7. 9., 선고, 2001다29452, 판결]
【판시사항】
[1] 정리해고의 요건 및 그 요건의 충족 여부의 판단 방법
[2] 정리해고의 요건으로서 사용자가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3] 정리해고의 요건으로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인지 여부의
판단 방법
[4]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으로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를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의
규정 취지
[5] 정리해고가 실시되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그 노동조합과의 협의 외에 정리해고의 대상인 일정 급수 이상 직원들만의 대표를 새로이 선출케 하여 그 대표와 별도로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정리해고를 협의절차의 흠결로 무효라 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6] 인사발령과 휴직명령이 근로자를 정리해고하는 과정에서 그 근로자에게
퇴직을 강요하기 위하여 인사재량권을 남용하여 한 인사처분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근로기준법 제31조 제1항
내지
제3항에 의하면,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6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실시하기 전에 다하여야 할 해고회피노력의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사용자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에 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 정리해고 실시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해고회피노력의 판단에 참작되어야
한다.
[3]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역시 확정적·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정리해고를 실시한 사업 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정리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경제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사용자가 해고의 기준에 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 해고의 기준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해고의 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인지의 판단에 참작되어야 한다.
[4]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이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및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근로자대표)에 대하여 미리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고 하여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규정한 것은
같은 조 제1, 2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의 충족을
담보함과 아울러 비록 불가피한 정리해고라 하더라도 협의과정을 통한 쌍방의 이해 속에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이다.
[5] 정리해고가 실시되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그 노동조합과의 협의 외에 정리해고의 대상인 일정 급수 이상 직원들만의 대표를 새로이 선출케 하여 그 대표와 별도로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정리해고를 협의절차의 흠결로 무효라 할 수는 없다고 한 사례.
[6] 인사발령과 휴직명령이 근로자를 정리해고하는 과정에서 그 근로자에게
퇴직을 강요하기 위하여 인사재량권을 남용하여 한 인사처분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근로기준법 제31조
[2] 근로기준법 제31조
[3] 근로기준법 제31조
[4] 근로기준법 제31조
[5] 근로기준법 제31조
[6] 근로기준법 제31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5. 12.
22. 선고 94다52119 판결(공1996상, 480), 대법원 1997. 9. 5. 선고 96누8031
판결(공1997하, 3116), 대법원 1999. 5. 11. 선고 99두1809 판결(공1999상, 1171)
【전문】
【원고,피상고인】
한병훈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명인 담당변호사 윤종현 외 5인)
【피고,상고인】
주식회사 우리은행 (변경 전 상호
: 주식회사 한빛은행)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정은환 외 1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 1. 4. 11. 선고 2000나1590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가. 주식회사
한국상업은행(이하 '상업은행'이라고 한다)은 1998. 8.
24. 누적된 적자로 존립의 위기에 직면하여 경영개선 목적으로 주식회사 한일은행과 합병계약을 체결하고, 1998. 9. 30.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구 예금자보호법(2000. 12.
30. 법률 제63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의2 제1항에 따라 3조 2,642억 원의 출자(소위
공적자금의 지원)를 받았으며, 1999. 1. 6. 합병등기를
마쳐 피고 은행으로 되었다.
나. 피고
은행은 1999. 1. 22. 금융감독위원회 및 예금보험공사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세부이행계획 이행약정을
체결하였는바, 위 약정의 필수이행사항에는 단기수익성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3급 이상 직원을 최대한 감축하도록 노력하고 중복, 저생산성 점포
및 자회사를 정리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 피고
은행은 1998.부터 1999. 상반기까지 260개의 점포를 폐쇄하였고, 본부조직도 상업은행의 37개 부서, 한일은행의 30개
부서를 통폐합하여 33개 부서를 폐쇄하고 34개 부서만 남겼다.
라. 피고
은행은 1999. 2. 12. 위 경영정상화계획의 이행과 점포 및 조직통폐합에 따른 구조조정을 위하여 1급 50%(73명), 2급 40%(201명), 3급
10%(82명) 등 총 356명을 감축시키기로
하고, 연령·재직기간·근무성적의
감축대상자 선정기준에 따라 감축대상자 명단을 작성하여, 감축대상인원 및 감축대상선정기준을 노동조합에
통보하는 한편, 같은 달 20. 희망퇴직자들에 대하여 월평균임금의 8개월분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여 희망퇴직 실시를 발표하였다.
마. 원고는 3급 직원으로서 1946. 12. 5.생이고 1965. 7. 19. 상업은행에 입행하여 재직기간이 33년인 관계로
감축대상자 선정기준상 연령 및 재직기간에 해당하여 감축대상으로 선정되었다.
바. 피고
은행은 노동조합과 협의를 계속하다가 1999. 3. 4. 노동조합과 감축대상자 선정기준은 그대로 유지하고, 1급의 50%(73명), 2급의 32%(161명), 3급의
6%(48명) 등 총 282명을 감축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은행은 당초 감축대상자로 선정된 직원 중 연령이 낮은 직원과 근무성적이 낮은 직원 중 호봉이
낮은 직원들을 감축대상에서 제외하였지만 원고는 구제대상에 들지 못하였다.
사. 3급
이상 직원 중 희망퇴직 신청을 한 인원은 1급의 경우 대상자 73명
전원이, 2급의 경우 대상자 161명 전원이, 3급의 경우 대상자 48명 중 원고를 제외한 47명 등 대상자 282명 중
281명이었다. 한편, 당초 희망퇴직 대상이
아니었던 1급 직원 1명과
3급 직원 4명이 추가로 희망퇴직신청을 하여 총 286명이
희망퇴직신청을 하였으며, 피고 은행은 286명 전원을 1999. 2. 27.자로 희망퇴직시켰다.
아. 원고는
익산중앙지점 개인고객영업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 은행은 원고에게 감축대상자로 선정된 사실을
통보한 후 현직에서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1999. 2. 27.자로 인사부 조사역으로
인사발령을 하고, 1999. 3. 27. 원고에 대하여 해고예고를 함과 동시에 인사관리지침 제6장 제4조 제5항(기타 직원 및 은행 형편상 휴직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될 때)을 적용하여
휴직명령을 내린 다음 인사협의회 심의의결을 거쳐 1999. 4. 30.자로 원고를 정리해고하였다.
2. 이
사건 정리해고의 효력에 관하여
가. 근로기준법
제31조 제1항 내지 제3항에
의하면,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6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라 함은 반드시 기업의 도산을 회피하기 위한 경우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하여 인원삭감이 객관적으로 보아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위 각 요건의 구체적 내용은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건에서 다른 요건의 충족 정도와 관련하여 유동적으로 정해지는 것이므로 구체적 사건에서 경영상 이유에 의한 당해 해고가 위
각 요건을 모두 갖추어 정당한지 여부는 위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나. 원심은
원고에 대한 위 해고가 정리해고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라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항목별로 판단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종합적 고려의 관점에서
그 당부를 살펴본다.
(1)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 은행이 1999. 1/4분기에 3,406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였고, 1999. 상반기에는 순이익 5,585억 원, 업무이익 1조 992억 원, 충당금적립비율
115%를 기록한 사실을 인정한 후,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상태가 호전되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 은행이 원고를 해고할 당시에는 정리해고를 할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합병 전 상업은행은 누적된 적자로 존립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에서
1998. 9. 30. 예금보험공사로부터 3조 2,642억
원의 공적자금을 출자형식으로 지원 받았고, 합병 후 피고 은행은
1999년도에 1조 9,87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였으며(을 제27호증),
그 후에도 예금보험공사로부터 2000. 12. 30. 출자형식으로 2조 7,644억 원, 2001.
9. 29. 출연형식으로 1조 8,772억 원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지원 받은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은행이
1999. 상반기에 일시적으로 흑자를 기록한 것은 부실요인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가결산이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하고 이 자료를 들어
피고 은행의 경영상태가 구조조정의 필요가 없을 정도로 호전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위와 같이
피고 은행의 경영위기가 계속되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실시한 합병과 부서 통폐합에 따른 인원과잉현상을 참작하면 피고 은행이 원고에 대한
정리해고를 실시할 당시에도 이를 실시하여야 할 고도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다른 견해에서 한 원심의 판단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해고회피노력에 관하여
원심은 원고가 희망퇴직에 불응하자 피고 은행은 하향배치전환, 전적
등의 고용유지노력을 하지 않고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인사부 조사역으로 인사발령을 하여 현직에서 배제시키고 휴직명령을 내린 후 해고한
점에 비추어 피고 은행이 희망퇴직을 실시하였다는 사실과 해고직원 중 일부에게 재취업을 알선하였다는 사실만으로는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사용자가 정리해고를 실시하기 전에 다하여야 할 해고회피노력의 방법과 정도는 확정적·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당해 사용자의 경영위기의 정도,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사업의 내용과 규모, 직급별 인원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사용자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에 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 정리해고 실시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해고회피노력의 판단에 참작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합병 전 상업은행은 존립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금융감독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에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고 합병을 성공시키는 등의 노력을 통하여 예금보험공사로부터 3조 2,642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 받아 회생의 기회를 마련하였던 점, 신규채용을
중단하고 월평균임금의 8개월분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하여 희망퇴직자를 모집하였던 점, 희망퇴직자 중 일부를 계약직으로 전환하여 재취업시키고, 일부는 자회사나
관련 업체에 취업알선하였으며, 또 일부에 대하여는 재취업을 위한 연수를 실시하는 등 퇴직자를 배려하는
상당한 조치를 취하였던 점, 노동조합과의 협의 과정을 거쳐 당초
356명 해고계획에서 282명만을 해고하는 것으로 해고인원을 감축 합의하였던 점을 고려해
보면, 피고 은행은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였다고 할 것이다. 한편, 피고 은행이 합병 후 260개 점포를 폐쇄하고 본부조직도 총 67개 부서를 통폐합하여 34개 부서만 남긴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은행은 심각한 인원과잉상태에 있었다고 보이므로 원심이 지적하고 있는 하향배치전환 또는 전적 등의 방법으로 해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정을 들어 피고 은행이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견해에서 한 원심의 판단에는 해고회피노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관하여
원심은,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에 있어서 근로자의 부양의무의 유무, 재산, 건강상태, 재취업가능성
등 근로자 각자의 주관적인 사정과 사용자의 이익 측면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함에도 근로자의 생활보호측면을 전혀 고려함이 없이 단순히 연령, 재직기간, 근무성적 등 3가지
선정기준만을 설정하였을 뿐 아니라 그나마 이들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화시키지 아니하고 그 중 어느 하나의 요건에만 해당하면 근무성적을 다소 고려하는
외에는 다른 기준에 불구하고 아무런 심사과정도 거치지 아니하고 바로 감축대상자로 선정한 점에 비추어 그 대상자 선정기준 역시 합리적이고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역시 확정적·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정리해고를 실시한 사업
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정리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경제상황 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고, 사용자가 해고의 기준에 관하여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 해고의 기준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였다면
이러한 사정도 해고의 기준이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인지의 판단에 참작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보건대, 피고 은행이 정한 기준은 먼저 3급 이상의 직원을 대상으로 하여 직급별 해고인원수를 정하고, 각
직급에서 연령이 많은 직원, 재직기간이 장기간인 직원, 근무성적이
나쁜 직원을 해고대상으로 하고, 앞의 두 기준에 해당하는 자 중 근무성적 상위자를 제외하기로 하는 것이었는바, 피고 은행은 공적자금을 지원받기 위하여 금융감독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에 제출한 경영정상화계획서에서 3급 이상 직원을 최대한 감축하기로 약속하였고, 노동조합과 협의하여
위와 같은 선정기준에 대한 합의에 이르렀으며, 우리 나라에 독특한 연공서열적인 임금체계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높은 직급의 연령이 많은 직원과 재직기간이 긴 직원을 해고하면 해고인원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피고
은행이 정한 위 기준은 당시의 상황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서 수긍할 만하고, 정리해고를
조속히 마무리지어 안정을 기해야 할 필요성에 비추어 주관적 판단에 좌우되기 쉬운 근로자 각자의 개인적 사정을 일일이 고려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달리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견해에서 한 원심의 판단에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4) 노동조합과의 성실한 협의에 관하여
원심은,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의 규정 취지는 정리해고시 근로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는 조직과의 협의를 통하여 이해관계를
조절함이 필요하다는 것으로서 이에 비추어 볼 때 감축대상이 특정한 직종 또는 직급으로 한정되는 경우에는 그 대상자의 과반수가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면
노동조합, 그렇지 아니하면 그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해야 할 것이고, 따라서 그 특정 직종 또는 직급이 당초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없는 경우라면 감축에 관한 노동조합과의 협의는
무의미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후, 이 사건의 경우 감축대상이 당초부터 피고 은행 노동조합의
노조원 자격이 없는 3급 이상 직원에 한정되어 있는바, 이러한
경우 피고 은행은 인원감축에 있어 3급 이상 직원 전체 또는 각 급수에 해당하는 직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조직 또는 개인과 성실한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감축대상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아니하여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고 일면에서는 이해가 상반된다고도 볼
수 있는 노동조합과의 협의절차만을 거쳤으므로 이 사건 인원감축에 있어 성실한 협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이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및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근로자대표)에 대하여 미리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고 하여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을 규정한 것은 같은 조 제1, 2항이 규정하고 있는 정리해고의 실질적 요건의
충족을 담보함과 아울러 비록 불가피한 정리해고라 하더라도 협의과정을 통한 쌍방의 이해 속에서 실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인바 , 이러한 규정 취지와 위 조항의 문언 및 이 사건에서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할 경영상 필요의 긴박성 등 실질적
요건의 충족 정도, 피고 은행의 노동조합이 종전에도 사용자와 임금협상 등 단체교섭을 함에 있어 3급 이상 직원들에 대한 부분까지 포함시켜 함께 협약을 해왔고 이 사건 정리해고에 있어서도 노동조합이 협의에
나서 격렬한 투쟁 끝에 대상자 수를 당초 356명에서 282명으로
줄이기로 합의하는 데 성공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정리해고가 실시되는 피고 은행 전사업장에
걸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이 사건에 있어, 피고 은행이 위 조항의 문언이 요구하는
노동조합과의 협의 외에 정리해고의 대상인 3급 이상 직원들만의 대표를 새로이 선출케 하여 그 대표와
별도로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정리해고를 협의절차의 흠결로 무효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와 다른 견해에서 한 원심의 판단에는 근로기준법 제31조 제3항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5) 이어서 피고 은행이 노동조합과 합의한 인원수를 넘어서 원고를
정리해고하였는지에 관하여 본다.
원심은, 피고 은행이 노동조합과의 합의에 의하여 감축하기로 한 인원수는 282명이었는데, 감축대상자 중 원고를 제외한 281명과 감축대상자가 아니었던 5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하여 노동조합과의
합의에 따른 감원 목표량을 초과하여 달성하고서도 피고 은행이 원고를 정리해고한 것은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 은행이
1999. 2. 12. 당초 계획하였던 감원 인원수는 356명으로서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여 같은 인원의 감축대상자 명단을 작성하였고, 희망퇴직을 실시한 결과 1999. 2. 말경 감축대상자가 아니었던 5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하였으며, 당시 노동조합이 감축대상자 인원 축소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었으므로 피고 은행은 1999. 3. 4. 당초의 감축대상자 356명 중에서 젊은 직원과
호봉이 낮은 직원 일부를 제외하고 282명만을 감축대상자로 하기로 하여 노동조합과 합의하였던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감축대상자가 아니었던 5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하였던
시점과 위 합의의 시점, 감축인원수를 최소화하고자 한 노동조합과의 합의과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 은행과
노동조합은 감축대상자가 아니었던 5명의 희망퇴직신청을 감안하여 그 외에 추가로 정리해고하여야 할 인원수를 282명으로 합의하였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 은행과 노동조합이 합의한 감축인원수 282명은 감축대상자가 아니었던 5명의 희망퇴직을 고려하지 않은 인원수이므로
희망퇴직 신청자가 286명으로서 노동조합과의 합의에 따른 감축인원수를 초과한 상황에서 피고 은행이 그
합의를 위반하여 원고를 정리해고한 것은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거나 경험칙에 반하여 위 합의의 내용을 잘못
해석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는 정리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 등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정당하다.
3.
1999. 2. 27.자 인사발령과 1999. 3. 27.자 휴직명령의 효력에
관하여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익산중앙지점 개인고객영업점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피고 은행은 원고를 정리해고대상자로 선정하여 통보한 후, 1999. 2. 27.자로 인사부 조사역으로 인사발령을 하고, 같은
해 3. 27. 휴직명령을 하였는바, 원심은 피고 은행이
원고에 대하여 한 위 인사발령과 휴직명령은 원고를 정리해고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퇴직을 강요하기 위하여 한 인사처분으로서 인사재량권을 남용하여
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먼저, 1999. 2. 27.자 인사명령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 은행은 위 인사명령의 이유를 원고를 정리해고대상자로 선정하여 통보한 상황에서 원고를 현직에서 그대로 업무를
수행하게 하는 것이 곤란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고, 원고가 당시 담당하고 있던 업무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인사명령의 이유로 들고 있는 경영상의 필요에 합리성이 있다고 할 것이며, 위
인사명령은 원고에게 급여 또는 처우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고, 반면 위 인사명령이 정리해고 실시과정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에게 퇴직을 강요하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추정할 수 없으며, 기록상 그와 같은
피고 은행의 의도를 인정할 만한 자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아무런 증거 없이 피고 은행이 원고에게 퇴직을 강요하기 위하여 위 인사명령을 하였다고 단정하고 이러한 사실인정에 기초하여 위 인사명령은 인사권을
남용하여 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 및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이유불비 또는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이어서 1999. 3. 27.자 휴직명령에 관하여 보건대, 기록에 의하면, 피고 은행은
1999. 3. 4. 노동조합과 감축대상 인원수와 정리기준에 관하여 합의한 후 희망퇴직실시 기간중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들에 대하여 1999. 2. 27.자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노동조합과 합의한
감축대상자 중 유일하게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원고에 대한 정리해고 방침을 세웠으며, 한편 원고는 1999. 2. 27.자 인사발령 이후 출근하지 않고 있었고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였으므로 피고 은행은 정리해고절차를
마무리할 때까지 원고를 현직에 근무시키기 곤란하다고 판단하여 "기타 직원 및 은행 형편상 휴직이
불가피하다고 인정될 때" 휴직명령을 할 수 있다는 인사관리지침 제6장 제4조 제5항을 적용하여
원고에 대하여 휴직명령을 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위 휴직명령이 인사권을 남용하여 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위 휴직명령이 원고에게 사실상 퇴직을 강요하기 위하여 인사재량권을 남용하여 한 인사처분으로서 무효라고
한 원심의 판단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이유불비 또는 이유모순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정당하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새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